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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으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거부한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거부한다!

일방적인 환경영향평가 절차 진행 중단하라!

최근 제주도는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심의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오는 16() 개최한다고 알려왔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중 7, 주민대표 2, 관계공무원 3, 기후환경영향평가협의회 2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심의 내용은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범위, 방법 등 결정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결정은 집짓기에 비유하면 기초공사와 같아 환경영향평가서의 완성도와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에 우리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공정하고 투명한 시행을 촉구하고,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주민대표를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개최와 관련한 제주도의 행보는 너무나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제주도민의 뜻도 국책연구기관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제2공항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내란과 일맥상통하는 반민주적인 행태임을 지적하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오영훈 도정이 왜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인 와중에 국토교통부와 장단을 맞춰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다른 위원들에게는 참석 가능 여부를 물어 심의날짜를 정했다고 하는데 주민대표에게는 일방적으로 날짜를 알리며 참석할 것을 통보해 왔다.

담당부서에서는 준비서가 제출된 후 한 달 내에 심의를 해야 한다는 조례 규정과 육지부에서 참석하는 위원의 사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지난 10년간 격렬한 갈등이 계속되어 온 제2공항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16일은 준비서가 제출되고 연휴가 지난 후 겨우 열흘이 채 안 되는 시점이다. 조례에 정해진 기간도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더구나 대략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더라도 준비서의 내용에는 중요한 사항들이 누락되어 있다. 오영훈 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제주도가 가진 협의권한을 활용해 항공수요 예측, 조류충돌 위험, 숨골의 가치 등 핵심쟁점을 검증하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준비서에는 수요예측에 대한 검증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과 국토교통부의 환경영향평가 과업지시서에 모두 언급되어 있지만, 준비서에는 완전히 누락되어 있다.

주민참여에 대해서도 설명회와 공청회만 언급되어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 도민의 자기결정권과는 거리가 멀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서 명시한 갈등조정협의회에 대해서도 아무 언급이 없다. 심지어 국토교통부의 과업지시서에도 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주민 간담회 등의 의견수렴 방안을 검토·수립하고, 주민 요청이 있을 시 조사에 참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제주도는 준비서 제출 후 30일 내 심의라는 조례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법 및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서는 사업자가 평가준비서를 보완하는 기간은 심의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준비서 내용이 미흡하거나 부실할 경우 협의기관이 보완을 요구하여 사업자가 준비서를 보완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부실한 준비서에 대해 아무런 보완도 요구하지 않은 채 서둘러, 졸속으로 협의회 심의를 진행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토교통부에 기대어 제2공항을 강행하는 데 장단을 맞추려는 것인가? 오영훈 도정은 분명히 답해야 한다.

오영훈 지사는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제주도의 시간이 온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시간을 맞이하는 제주도의 자세는 안이하기 그지 없다. 10년의 갈등과정에서 제기된 중요 쟁점사항들을 어떻게 검증하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어떤 책임성 있는 고민도 대책도 찾아볼 수 없다. 2공항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갖는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다.

우리는 사안의 중대성을 경시하고 국토교통부의 시간에 맞추어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참여를 거부한다. 오영훈 도정은 쟁점사항에 대한 검증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 그것이 스스로 공언한 제주도의 시간을 이행하는 길이다. 이 약속을 허언으로 만든다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오롯이 오영훈 지사가 져야 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

2025. 5. 12.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