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 용산의 대표 며느리로 시어머니가 다섯분이라는데? 정영신 :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355일을 병원에서 지내면서 엄마보다 친하고, 동지애
느끼면서 살고 있고, 그 덕에 동생들이 9명이 생기고 조카도 생겼어요. 아쉬운 건 아직도 며느리는 저 혼자. 동생들이 얼른 결혼해서 제2의 용산
며느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정정훈 : 장례 후 용산 문제는 마무리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어떤 문제들이 남아있나요? 정영신 : 제일 심각한 것은 생존자들이 지금도 감옥에 있는 현실, 그 사람들도 피해자고, 죽을 수도
있었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것인데 그분들이 가해자가 돼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를 만든 이 세상... 이런 것들이 심각하죠. 가장
가슴이 아픈 건 용산 4구에서 아버님이 투쟁하실 때 구청에 “지금 세입자들의 문제가 이렇게 저렇게 심각하니까 관리처분 인가를 좀 지연해주면
안될까” 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역시 용산 구청에서는 “세입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관리처분 인가를 미뤄줄 수 없다”라는 답변서를
보냈는데 그것을 아버님이 가슴에 품고 올라가셨더라고요. 그리고 2010년 11월에 개발무효 판결이 났어요. 그래서 개발 자체가 무산되고 그러다
보니까 시공사들 다 계약 파기 해버리고, 지금은 그 때 있던 용역들이 주차장으로 쓰면서 돈을 벌어먹고 살아요. 그래서 망루가 있었던 자리고 저의
꿈이 있던 자리여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날에 있었던 용역들이 자기들 땅도 아닌데도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요.
정정훈 : 재개발 문제가 아니더라도 연대활동을 많이 하시는데요, 이렇게 꾸준히 연대활동하시는 이유가? 정영신 :
처음에는 솔직히 힘들어서 위를 쳐다보고 다니지 않았어요. 어느 날 플래카드 하나가 제 눈에 들어왔는데 “제2의 용산참사 현장”이라는 거였어요.
그곳을 봤더니 철거현장이었어요. 그 문구를 보는 순간에 머리가 띵~ 하면서 '너 도대체 뭐하지? 니가 그렇게 저희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고
외칠 때 사람들이 외면했을 때 가장 상처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안되겠구나... 그 마음에 나왔는데 철거 문제만이 아니더라고요. 노동자들, 또
송전탑의 어르신들 이런 것들이 다 하나에요. 쫓겨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곳에 가면 제가 힘을 얻고 와요. 용산참사 진상규명이 되더라도 저는
아마 거리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정훈 : 마무리 말씀 한 마디? 정영신 : 곧 용산 참사 4주기에요. 벌써 4년이 흘렀지만
바뀐 게 없고, 용산참사 생존자들이 감옥에 있고, 부상자들은 어제 감옥에 갇힐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어요. 1월 14일부터 용산참사
추모주간이에요. 매일매일 용산을 기억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요, 새정권에서는 용산참사와 같은 국가폭력은 절대로 안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올 추모제에서는 구속자들이 모두 나와서 함께 열사분들 찾아 뵙고 술한잔 올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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