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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제주해군기지, 양보해선 안될 마지막 '5가지'

지난 9월 28일 도민대통합추진위원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제주지원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해군기지 관련 행정절차의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 다음날 제주지방변호사회도 평택시의 주한미군기지 이전 및 경주시의 핵방폐장 설치 사례를 비교하며 비슷한 취지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민대통합추진위원회와 제주지방변호사회의 제의는 10월 1일자 한라일보 사설에서 표현한 바와 같은 최후의 양보안으로서 제주도민, 도지사, 도의회 모두가 힘을 합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점을 평택시 및 경주시의 사례와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향후 제주지원특별법을 제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내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지원근거 부분이다. 평택시의 경우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특별법)’에, 경주시의 경우는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경주특별법)’에 각각 근거하여 중앙정부가 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지원근거가 되는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한 바 없다. 다만 도지사와 국방부장관 등 사이에 체결된 ‘제주해군기지(민ㆍ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제주MOU)’를 체결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위 기본협약서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MOU라 지원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김 지사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지난 9월 30일 도의회와의 정책협의회에서 “해군기지 법적 지원근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지원주체 부분이다. 평택특별법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은 총 18조 8,016억 원에 달하는 평택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장관은 평택시장이 수립한 연차별 개발계획을 매년 승인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주체가 행정안전부장관이 된다. 경주특별법에는 지식경제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지역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지식경제부장관이 직접 유치지역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식경제부장관은 총 3조 2095억 원에 달하는 경주시지원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 역시 국책사업이므로 평택과 경주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정부가 지원주체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제주MOU에는 지원주체가 불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행정시에 불과한 서귀포시가 강정마을발전계획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 번째 문제점은 지원대상 부분이다. 평택특별법에는 지원대상을 ‘평택시 등’으로 하여 평택시 전체를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주특별법도 설치지역을 관할하는 시·군 또는 자치구를 유치지역으로 보아 경주시 전체를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제주MOU의 경우 지원대상을 강정마을 중심으로 한정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해군기지가 들어올 경우 평화의 섬, 세계자연유산으로 상징되는 평화와 생태 가치가 훼손되는 점, 전쟁시 제주도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하여 제주특별자치도 전체를 지원대상으로 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강정마을 중심으로 한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네 번째 문제점은 지원규모이다. 평택시의 경우 ① 국방부 특별회계 지원으로 1조 37억 원, 지역개발지원사업으로 18조 8,016억 원 등 약 20조 원에 달하는 지원이 이루어지고, 경주시의 경우 ① 특별지원금 3,000억 원, ②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 ③ 한수원 본사 이전 ④ 3조 2,095억 원의 유치지역지원사업 3조 2,095억 원 등 약 8조 원 상당의 지원계획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서귀포시가 발표한 강정마을발전지원사업계획 8,696억 원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아직 정부승인을 얻은 바 없다. 실제로 정부가 구체적으로 지원약속을 한 것은 없다.다섯 번째 문제점은 입지선정과정이다. 해군기지 후보지로 처음에는 화순을 선정했다가 주민이 반대하니 위미로 옮겼다가 또 주민이 반대하니 강정으로 옮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 강정주민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강정주민들의 자존심이 너무 상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입지선정과정에서도 민주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어 강정주민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그 외에도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더 있을 것이다. 향후 제주지원특별법을 제정할 때 위와 같은 5가지 문제점을 비롯하여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내용들이 담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신용인 변호사. 본 센터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