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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무엇이 그들을 범죄자로 몰고 갔는가

주일 아침 예배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강정마을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혼자 차를 몰고 평화로를 탔다. 강정마을에 도착하니 ‘해군기지 결사반대’ 등이 적힌 노랑색 깃발을 꽂은 집들이 여기 저기 보였다. 차를 적당한데 주차하고 해군기지 건설 예정부지인 강정해안가로 걸어가 보았다. 그 곳에도 노랑색 깃발이 여러 군데 꽂혀 있었다. 그러나 그 깃발들을 제외한다면 강정마을의 분위기는 매우 평화로웠다. 바다의 물결은 잔잔했고 햇살은 따스했다. 범섬이 눈앞에 바로 보였고 그 뒤로는 문섬과 숲섬이 보였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걷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도 순박하면서도 인정이 넘쳐 보였다. 꼭 이런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와야 하는지 아쉬움이 들었다.

  문득 얼마 전 강정마을 주민들이 형사재판을 받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때 나는 형사법정 방청석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그 재판을 보게 된 것이다. 검사가 공소장을 낭독하는데 업무방해, 폭행, 집시법위반 등 죄명도 여러 가지였고 내용도 무척 길었으나 한결같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의 낭독을 듣고 있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에는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다 보니 이런 식으로 기소를 하여 범죄자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들며 찹찹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재판이 떠오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순박하게 살던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법대 앞에 서게 되고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가. 어쩌면 이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자들이야말로 진짜 범죄자가 아닐까.

  나 역시 공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이 갈기갈기 찢겨지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절절하게 외칠 때 난 침묵하였다. <제주의소리> 기사를 통해 그들의 절규를 보았지만 괜히 나섰다가 혹시나 어떤 불이익을 입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런 나의 비겁함이 그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데 일조하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5.16 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번 변호사회의 활동을 계기로 하여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게 된다면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고 내 죄 역시 조금은 사해지지 않을까 하는 위안을 가져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은 지난 9월 30일 해군기지 사업부지에 대한 환경성 조사를 전면 재실시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제주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자는 변호사회의 주장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분들의 의견일 것이다. 강정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강정을 지키고, 후손들이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대로 놔둬달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그저 겸손히 하나님께 기도할 뿐이다./ 신용인 변호사

2009년 10월 19일 (월) 00:13:03

 

이글은 본 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