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제기했던 절대보전지역변경(해제)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이 지난 17일 결심이 되어 오는 12월15일 선고가 될 예정이다.
만일 위 소송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승소한다면 작년 말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에 대하여 한 절대보전지역변경(해제)처분(이하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이라고만 하겠다)은 무효 또는 취소가 되어 해군기지건설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승소를 한다면 해군기지건설사업이 예정대로 강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법원이 12월15일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올 것인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12월15일 선고되는 판결은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사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역사적인 판결이 될 것이다. 아마도 제주의 사법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로 기록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올 가을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발령 받기 전 몇 달 동안 위 소송의 소송대리를 했었는데 변호사로서 위 소송을 수행하면서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이 얼마나 무리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보전지역관리조례에 의하면 절대보전지역의 지정이나 변경은 당해 부지가 생태계ㆍ경관ㆍ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강정마을 해안변 절대보전지역은 생태계ㆍ경관 1등급 지역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례에 의하면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이 이루어졌다. 이는 조례를 위반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라고 아니할 수 없고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일종의 행정계획으로 재량행위이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법치행정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주장이다. 조례는 민의의 전당인 도의회가 제정한 자치법규로서 도지사를 기속한다. 도지사는 조례를 위반하는 처분을 할 수가 없다. 만일 도지사가 재량행위라는 이유로 조례를 위반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도지사가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전지역관리조례에 의하면 절대보전지역을 지정하거나 변경할 때는 주민의견청취절차를 거쳐야 하나 경미한 사항의 경우에는 생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주민의견청취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여 그 점만으로도 무효 또는 취소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절대보전지역 면적을 축소한 것에 불과하여 경미한 사항이므로 주민의견청취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이고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해군기지사업의 필수요건이다. 그런 사항을 경미한 사항이라고 한다면 제주사회에서 도대체 경미하지 않은 사항은 무엇이란 말인가.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에 대한 도의회의 동의도 문제가 많다. 특별법에 의하면 절대보전지역을 지정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도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작년 말 도의회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에 대해 소위 날치기로 동의 의결을 한 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오옥만 전의원의 증언에 의하면 그 당시 너무 어수선한 상황이라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동의 의결은 정족수 충족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유효한 동의로 볼 수 없고, 그렇다면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도의회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실체적으로는 조례의 기준을 아예 무시하여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들어 버렸고, 절차적으로는 주민의견청취절차 생략, 도의회 날치기 통과 등 심각한 하자를 갖고 있다. 법리상으로 본다면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심지어 아는 변호사까지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위 소송에서 승소할 것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책사업인데 과연 법원이 법리로만 판단하겠냐고 반문을 한다. 그런 반문을 들을 때마다 슬퍼진다.
국책사업은 법을 위반해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편 필자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은 국가의 제도적인 폭력의 희생자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권력의 부당한 횡포에 홀로 맞서면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우근민 도정이 출범한 이후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도적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우근민 지사의 일방적인 해군기지 수용 발표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의지할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법원의 판결에 희망을 걸 뿐이다.
사법시험공부 시절 헌법 책에서 “사법부는 국민 기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글귀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다. 정말 그 글귀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명목상의 글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살아 움직이며 생생하게 영향력을 미치는 글귀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용인 제주평화인권센터 운영위원 / 제주대 교수/변호사
※이 글은 제주의 소리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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