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서귀포신문이 강정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를 차지하였다. 정신이상 소견 중에는 적대감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주민 중 57%가 적대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나 되어 제주도민의 자살충동 평균치인 8.1%에 비교해 볼 때 5.4배나 높았다. 해군기지 문제로 인하여 강정주민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피해가 참담한 수준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조사 결과였다.
이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강정주민들의 감정적 상처를 한방에 되돌릴 수 있는 묘안은 없다면서 정부와 제주도에서 마련하는 대책과 병행하여 도민사회의 심리적 위로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찬반 양측의 주장을 진지하게 듣고 감정적 상처를 보듬으며 화합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찬찬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해군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중장비를 동원하여 기습적으로 해군기지 공사를 하려고 했다. 만일 이대로 공사가 강행되고 주민들이 줄줄이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강정주민들의 정신적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며 공동체의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자는 해군기지 착공 강행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였다. 또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제대로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우선 강정주민이 기분 좋고 제주도민 역시 기분 좋고 해군도 기분 좋은 해법을 찾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하며 진정성을 갖고 해결하겠으니 믿어달라고 하였다.
필자는 우근민 당선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얽히고설킨 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되면서 깨져버린 강정마을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강정주민들의 가슴에 절절히 맺혔던 한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였기 때문이다.
우근민 당선자의 발언을 계기로 도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강정주민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함께 가슴 아파하고 함께 울면서 화합을 위한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또한 그동안 제주도정이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생긴 행정절차의 잘못은 이제라도 바로 잡자. 도민사회가 그렇게 위로와 지지를 보낼 때 강정마을 공동체는 회복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작년 말 도의회에서 절대보전지역변경에 대한 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절망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희망을 갖게 된다. 도민사회가 한 마음으로 지혜를 모아 강정주민, 제주도민, 해군 모두가 기분이 좋아지는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래서 강정마을 공동체가 다시 하나가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신용인 변호사 / 제주평화인권센터 운영위원
※ 본 글은 제주의소리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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