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이름으로 야간옥외집회 금지 시도를 반대한다”
오늘(10/22)한나라당의 야간옥외 집회 금지 집시법 개악안에 대한 반대 입장 밝혀
1. 오늘(10/22) 전국 헌법학자 등 법학자들은 “헌법의 이름으로 야간옥외집회 금지 시도 반대한다”는 법학자100인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는 한나라당이 오는 11월 11일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한 특정 시간대의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2. 전국가 인권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안경환 교수, 건국대 한상희 교수, 경북대 김창록 교수, 아주대 오동석 교수, 연세대 김종철 교수, 서강대 임지봉 교수, 전북대 송기춘 교수 등 전국의 법학자들이 참여한 오늘 선언은,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나라당이 시간의 단축 문제로 잘못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특정 시간대 야간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데서 비롯되었다.
3. 법학자들은 선언문에서, ▶야간옥외집회 금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라는 헌법의 정신에 반하고,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은 “자정” 또는 더 늦은 시간부터 금지하는 것으로 바꾼다 하여도 일정한 시간대의 집회에 대한 일반적․전면적 금지는 위헌성을 치유할 수 없으며, ▶집회의 자유의 핵심은 그 집회의 시기, 장소, 방법 및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특정 시간대의 집회 금지는 이런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몇 달간의 야간집회 경험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계속 제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그 제한은 최소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이 정한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였다.
4. 이들 법학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야간집회 금지 시도를 즉각 중지할 것, G20정상회의를 명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 현행 집시법에 있는 온갖 과잉제한들을 삭제하고 헌법에 가장 부합되게 집시법을 전면개정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끝 .
▣ 별첨 - 법학자100인 선언문
<한나라당의 야간옥외집회금지 시도에 대한 법학자 100인 선언문>
헌법의 이름으로
야간옥외집회 금지 시도를 반대한다.
지난해 9월 야간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국회는 특별한 개정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지난 7월부터 야간집회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를 다시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10일 ‘고위당정청회의’를 열어, 10월 내에 집시법을 처리함으로써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였으며, 이를 위해 10월 25일에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 처리를 불사해서라도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올 상반기동안, 헌법재판소에 의해 사실상 무효화된 야간집회 금지조항, 집시법 제10조를 어떻게든 되살려보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종전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수정(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안)하는 집시법 원포인트 개정을 주장한 바 있으며, 아울러 야당에게는 불허 시작 시간을 10시냐, 11시냐를 두고 협상하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개정의 근거로 ‘야간에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져 폭력집회가 빈번할 것’이고, 이로 인해 ‘사회질서를 파괴하며 혼란이 가중될 것’이며, 더욱이 ‘야간 소음으로 인해 수면 방해 등 다음 시민들의 휴식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7월 이후 시민들의 자유로운 야간집회가 가능해 진 이후, 여당의 주장과 같은 특별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청의 자체 자료를 보더라도 ‘불법폭력집회’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혼란’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집회는 평균 밤 10시 이전에 끝났고, 대부분 도심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국민의 휴식권을 직접 방해한 것도 없었다. 결국 여당의 야간집회 위험성 주장은 지난 석 달간의 경험으로 볼 때, 과장되고 왜곡되었음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G20 정상회의의 안정적 개최’라는 새로운 명분을 내세우면서 야간집회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소위 전세계 전문 시위꾼들이 서울에 모여 국내 반대세력과 규합해 폭력집회를 개최할 가능성을 막아야 하고, 만약 야간집회가 개최되면 경찰력이 동원되어야 하고 이 경우 치안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차라리 야간 집회는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이다. 이미 지난 6월에 ‘G20 정상회의의 안정적 개최’를 명분으로 하는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 제8조에 따르면 ‘통제단장은 …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경호안전구역에서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하여 줄 것’을 요청(제1항)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집시법과 관계없이 반드시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해야만 하도록 규정(제2항)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행사장인 코엑스 반경 2km 내에서의 집회를 전면금지하였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G20회의의 안전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걱정해야 할 정도인 것이다.
야간집회로 인한 치안 공백의 주장도 설득력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경찰은 이번 G20 정상회의 경호를 위해 각 지방청에 있는 경찰 5만 명을 서울로 불러들이겠다고 밝혔다. ‘경찰력이 무분별하게 동원되어 치안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야간집회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번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이를 위한 경찰력 집중 때문인 것이다. 이처럼 G20 정상회의의 안정적 개최를 위해 야간옥외집회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집시법 제10조를 개정함으로써 야간집회를 금지하려는 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헌법에 반한다.
첫째, 야간옥외집회 금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라는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 집시법 제10조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작년 헌법재판소의 결정(특히 다수의 위헌의견)은 집회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단지 집회와 시위가 ‘일몰 후, 일출 전’에는 집회를 열 수 없다는 것이 위헌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시간의 길고 짧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령 ‘자정’ 또는 더 늦은 시간부터의 집회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바꾼다고 하여도, 일정한 시간대의 집회에 대한 일반적 ․ 전면적 금지의 위헌성은 치유되지 않는다.
둘째,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평화적 집회인 한 그 집회의 시기, 장소, 방법 및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간옥외집회 금지는 특정 시간대-그 시간이 언제냐, 길고 짧으냐에 상관없이-의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되므로 그 자체로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셋째,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기본권 제한의 원칙’을 위반하는 문제가 있다.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채 야간집회가 개최되어도 아무런 사회적 문제가 없음이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를 금지하려는 것은 기본권을 최대한 침해하는 것이므로 너무도 명확한 위헌행위이다.
지금까지 야간집회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제한 사유는 소위 ‘불법폭력집회’ 우려였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의 야간집회 통계는 이러한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우리의 집회 문화가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평화적임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다시금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야간의 수면을 전혀 방해받은 바 없는 국민의 휴식권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혼란하지도 않은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인가.
시애틀, 워싱턴, 프라하, 제네바.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과거 국제회의가 열렸던 곳이며, 동시에 이에 대한 반세계화 단체들의 집회와 시위가 열렸던 곳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 국가는 이러한 집회․시위가 예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들이 집회를 금지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집회의 자유는 시민의 인권으로서 자유로운 의사표현 중 한 방식이기에 이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결국 고작 1박 2일동안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의 안전을 명분으로 집시법을 고쳐 야간집회를 금지하려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G20회의를 명분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다시금 국민들의 입을 봉쇄하려 한다고 밖에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법학자 00인은 집회의 자유가 다시금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야간집회 금지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
하나. G20 정상회의를 명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하나. 현행 집시법에 있는 온갖 과잉제한들을 삭제하고 헌법에 가장 부합하게 집시법을 전면개정하라.
2010년 10월 22일
강경선(방송대), 강성태(한양대), 강태수(경희대), 고영남(인제대), 김기창(고려대), 김광수(서강대), 김욱(서남대),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두식(경북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선광(원광대),김성수(연세대), 김성태(연세대), 김엘림(방송대), 김은진(원광대), 김인재(인하대), 김인회(인하대), 김제완(고려대), 김종서(배제대), 김종철(연세대), 김주영(명지대), 김지수(전남대), 김창록(경북대), 김홍영(성균관대), 김희성(강원대), 문병효(강원대), 문준영(부산대), 민병로(전남대), 박경신(고려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상식(경상대), 박승룡(방송대), 박지현(인제대), 박진완(경북대), 박태현(강원대), 박희호(한국외대), 백좌흠(경상대), 서보학(경희대), 서경석(인하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송강직(동아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송석윤(서울대), 신옥주(전북대), 안경환(서울대), 안진(전남대), 양천수(영남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홍익대), 윤영철(한남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국운(한동대), 이동승(상지대), 이상명(순천향대), 이상수(서강대), 이원우(서울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건국대), 이덕연(연세대), 이종수(연세대), 이준형(중앙대), 이창호(경상대), 이호중(서강대), 이헌환(아주대), 임재홍(영남대), 임지봉(서강대), 전광석(연세대), 전지연(연세대), 장덕조(서강대), 정경수(숙명여대), 정병덕(한림대), 정영선(전북대), 정태욱(인하대), 정훈(전남대), 조경배(순천향대), 조국(서울대), 조상균(전남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영남대), 조지만(아주대), 차성민(한남대), 최정학(방송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하태훈(고려대), 한상희(건국대), 홍기원(서울시립대), 홍성수(숙명여대), 황성기(한양대)(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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