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평화 위협할 제주기지전대 창설을 반대한다!
오늘(12/1) 제주 해군기지에 제주기지전대가 창설된다. 해군은 기지의 경계와 군수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할 제주기지전대 창설을 시작으로 제7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를 제주로 이전하여 제주 해군기지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대가 창설되면 500~600명 정도가, 기동전단이 이전할 경우 최대 3,200여 명이 이곳에 주둔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들을 절대 환영할 수 없다.
정부는 ‘우리의 생명선을 우리의 손으로 지킬 수 있는 전초기지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 중 하나이며 국제관광지로서 제주의 위상을 더욱 높여줄 15만 톤 크루즈선 2척이 계류 가능한 민군복합항 완공이 눈앞에 이르렀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가 한미일 군사동맹의 전초기지가 되어 향후 동아시아 군사적 갈등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15만 톤 크루즈선의 운항 안전성이나 77도에서 30도로 변경된 항로 안전성 등 이곳이 과연 민항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는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빛바랜 수식어는 내세우면서,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 앞바다가 절대보전지역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이며 연산호가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은 함구한다. 입지 선정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고, 건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숱한 인권 침해가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아예 없던 일로 치부하고 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 ‘불확실한 위협’을 거론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는 그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은 안보법제를 강행 처리했고,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지면서 미일동맹은 전 세계를 무대로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과 제주 남방 해역에서 연례적인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개최 등으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태평양 군사동맹 체제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해양군사동맹의 반대편에는 중국이 있다.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주 해군기지는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미군이 단지 제주 해군기지를 기항지로 이용할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한다. 우선, 제주 해군기지가 미 해군이 요구한 규격대로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2012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리고 미 해군이 중국 주변의 동맹국들에게 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항지다. 미 해군 장교 데이비드 서치타가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에게 커다란 유용성을 제공할 것이고, 해군기지 건설로 가장 위협을 받을 나라는 중국’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항을 주로 기항지로 사용해왔던 미군의 항공모함은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강정마을로 향할 수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와 같은 핵 추진 항공모함을 평화의 섬 제주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군의 기지 사용은 동아시아의 바다를 둘러싼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뜨거운 남중국해 문제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한국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발언했고,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 역시 “중국이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편을 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역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제주 해군기지의 존재는 그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미군이 센카쿠 열도, 대만 해역, 남중국해 어디로든 전개하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중국에게 동중국해는 동해함대와 북해함대가 활동하는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오늘 기지전대 창설을 앞두고 언론은 해군기지가 가동되면 이어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4시간으로 줄게 된다고 강조하며 제주 해군기지는 엄청난 전략적 요충지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떠들썩한 환호와는 달리 이어도 문제는 군사력 강화를 통한 해법이 아닌 협상 등을 통한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접근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게 정설이다. 정부 역시 ‘이어도는 한중 간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며 군사 문제와 별도 통로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모든 정황이 제주 해군기지가 동아시아 지역 분쟁의 평화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리키고 있는데, 정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한 지 10주년이 되는 올해, ‘평화의 섬’이라는 수식어는 제주기지전대 창설과 함께 더욱 멀어질 것이다. 평화와 군사기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어코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된다면, 그것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첫걸음인 제주기지전대 창설을 강력히 반대한다.
2015.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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