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국책사업 정당화하는 요식행위,
제주해군기지 졸속 시뮬레이션 중단하라
오 늘부터 이틀간 대덕연구단지에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선박입출항에 관한 3차 시뮬레이션이 진행된다. 한국해양대한교 이윤석 교수 등이 진행하는 이번 시뮬레이션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군항 건설을 강행해온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철저히 검증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뮬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 도리어 거짓과 변칙으로 점철되어온 부실 국책사업의 강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지금 진행되는 제주해군기지 3차 시뮬레이션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과 하자를 안고 있다.
첫 째, 검증주체의 문제이다. 이번 3차 시뮬레이션이 지난해 기술검증위에서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했던 총리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 총리실의 외압과 정치적 압력에 따라 부실하고 편파적인 2차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던 인물이 정부측 전문가로 참가하여 3차 시뮬레이션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윤석 교수등이 주도한 2차 시뮬레이션은 △풍속이나 파고를 낮추어 잡거나 △항로 진입진출 속도와 항입구부 입항/출항속도 등을 높게 설정하는 등 의 방식으로 조류와 풍속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선박의 입출항 추진력을 기준 이상으로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선박의 항로 이탈가능성을 인위적으로 최소화해서 문제가 되어왔다. 즉 부실하고 부정확한 데이터들을 적용함으로써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한 방향으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유도했다는 비난에 직면해왔던 것이다.
둘째, 검증의 전제조건의 문제이다. 현재 진행되는 3차 시뮬레이션은 제주도정의 요구를 축소하여 2가지 케이스만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모든 케이스를 다 실험하지 않고 두 가지 케이스만 실험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데이터에 의존한 2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이라 간주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시뮬레이션은 77도 항로에서 30도 항로로 변경한 후 관련 데이터들을 상세히 입력한 상태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상세역 수심과 조류속을 실측데이터에 입각하여 모델링한 항만모델이 아닌 77도 항로주변 수심과 조류속 데이터를 적용한 항만모델을 가지고 실험한 2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3차 시뮬레이션은 ‘철저한 검증’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실 졸속 시뮬레이션이다.
셋째, 검증 기간의 문제이다. 우리가 수차례 인용했듯이 변경된 항로의 조건들을 상세히 입력한 상태에서 실제와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된다. 지난 2013년 1월 1일 국회에서 철저한 검증의 말미를 70일 이내로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해군이 왜 이토록 일정을 서둘러서 부실한 데이터를 사용한 제한적인 시뮬레이션을 강행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와 해군이 이번 시뮬레이션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 강행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 당장 졸속 시뮬레이션을 중단하고 제 3의 기관에게 위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변경된 항로를 측정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 수집 기간을 제공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넷째, 새로운 입출항로(30도 항로)가 항로인근의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이 결여되어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한 최소조건은 30도 항로 주변의 조건을 상세히 분석하는 것인데, 이는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만이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현재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는 천연기념물 442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새로운 항로는 천연기념물 421호, 환경보전지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 지역을 관통한다. 해군은 천연기념물 442호에 대해서는 현상변경허가 등을 얻었지만, 421호 등에 대해서는 아직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지 못한 상태이다.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 외에도 선박의 입출항으로 입게 될 자연환경의 훼손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실시해야 마땅하다.
이상에서 열거된 숱한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시뮬레이션을 강행하여 공사강행의 근거로 삼는다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해소하기보다 더 가중시킬 것이며 결과적으로 갈등을 심화시키고 말 것이다. 정부가 문제해결과 논란의 종식을 원한다면 스스로 오늘 진행되는 졸속 부실 시뮬레이션을 중단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3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
2013. 1. 17.
강정마을회 /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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