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강정마을 부스를 허용하라
강정마을회와 한국의 환경단체, 그리고 평화단체들은 세계자연보전총회에 강정마을회의 홍보부스신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불허한 세계자연보전연맹과 한국 환경부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 부당한 결정의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8월 22일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6월 15일 세계자연보전총회 #014번 부스 전시 등록을 마친 이후 2달여의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답신은 "우리는 불행하게도 강정마을회의 전시부스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단 한 줄짜리 통보였다. 강정마을회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 측에서는 이에 관해 공식적인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환경에 관한 권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과 세계자연보전 총회의 가장 주된 의제의 하나이다. 게다가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강정마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 완충지역이고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적색목록으로 분류한 남방돌고래의 주요서식지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주해군기지가 가져올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강정주민들의 부스신청이 거부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회원 누가 과연, 총회장 7km 인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으로 중대한 환경파괴를 알리고자 하는 주민들의 부스신청을 사무국이 불허하리라고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이 비상식적인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막후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가 세계자연보전총회장 내 강정마을 부스 설치를 막기 위해 매우 부정적이고 강력한 의견을 세계자연보전연맹 측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 환경부는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실무책임자와의 면담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환경부는 면담에서 강정마을회에서 신청한 부스허용여부에 대해 한국 환경부가 부정적 의견을 전달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 부스가 환경보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의제화함으로써 외교적 논란을 야기할 목적으로 신청된 것이 아니냐는 불신을 표명했다. 이에 전국대책회의는 부스에서 전시될 홍보물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해양환경 파괴 문제에 집중할 것이며 이는 세계자연보전총회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의제라고 믿는다는 강정마을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강정주민들은 행사장 내에서 다른 모든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총회의 성공적인 운영에 협조할 것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측이 만약 이를 확약할 것을 요청해온다면 문서로 약속할 수 있음을 통보했다. 다만 전국대책회의와 강정마을회는 이 서면약속이 한국 환경부가 아니라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제출되는 경우에 한해, 그리고 다른 부스신청자에게도 이러한 종류의 서약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해 작성될 수 있음을 전달했다.
우리는 한국 환경부는 강정마을회의 부가 설명과 서면약속 제의를 세계자연보전연맹 측에 제대로 전달했는지 알 수 없다. 이후 강정마을회와 전국대책회의는 한국 환경부나 세계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공식적인 서면제출도 요구받지 않았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한국 환경부는 강정마을회의 부스를 불허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세계자연보전연맹 측에 전달했고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 없이 개최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부스를 불허한 것이다. 이후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환경부로부터 세계자연보전연맹 측에 강정마을회의 부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매우 옹색한 해명을 들었다. 그 요지는 강정마을회는 환경단체가 아니고, 만약 환경단체가 신청했다면 불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해명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다만 둘러대기 위한 궤변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어설픈 해명 속에는 매우 중대한 편견이 들어있다. 주민이 자기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고 반드시 외부의 전문집단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기본 정신과 의제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더불어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주민이 아닌 외부세력들은 개입하지 말라고 선동해온 기존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이다.
오랜 공을 들여 세계자연보전총회를 개최하게 된 한국 정부는 ‘녹색성장 관련 환경정책을 알려 환경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을 행사 개최의 첫 번째 기대 효과로 꼽으며 그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군복합관광미항이라는 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워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파괴하며 전쟁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피해 당사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 이 정부가 생각하는 환경분야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인 주민은 자신의 환경문제를 대변할 수 없다는 주최국가의 주장에 굴복하여 최소한의 부스신청조차 거절하는 것이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지구환경을 위해 기여하는 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주민의 환경권과 평화권이 국가가 주장하는 성장과 안보의 논리 앞에 희생당해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한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반환경적이고 정치적인 논리가 국제 사회에서 세계 환경단체를 대표해온 권위 있는 조직의 총회에서조차 받아들여지는 것을 목도하며 그 어느 때보다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는 주민들은 해당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편견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총회가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와 세계자연보전연맹에 강정마을 부스 불허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는 기본 중의 기본의 권리이다. 주민의 환경권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보호하겠는가? 주민이 환경문제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남방돌고래와 연산호군락이 직접 소리쳐야 하는가?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인 범섬이 스스로 말하라는 애긴가?
만약 정부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강정마을 부스에 대한 불허 입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우리 고유의 방식대로 세계자연보전총회 시기 한국을 찾을 많은 수많은 환경옹호자들에게 우리의 생각과 상황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로선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만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우리 편에 서서 진실을 알려내고 행동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2012년 8월 30일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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