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 기관의 발전을 바랍니다.
2.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중요한 원인이 조류충돌이라는 사실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기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으며, 국내 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1월 25일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조사내용을 종합해보면 사고기는 가창오리 떼와의 충돌로 인해 양쪽 엔진이 고장났고, 비행이 불가한 상황에 이르러 활주로 동체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3. 이번 참사로 조류충돌 문제가 비행기 안전 운항의 핵심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이번 참사는 결국 조류충돌 문제를 간과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서 기인한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환경적 입지를 판단하는 과정에 조류충돌 문제를 깊이 들여다봤다면 무안공항은 입지적 문제로 건설될 수 없었으며, 당연하게도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4. 그렇다면 제주 제2공항은 어떻습니까? 환경부가 애초에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이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사유로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을 명시했습니다. 당시 반려 사유를 보면 ‘항공 비행안전’을 담보하면서 ‘조류와 그 서식지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반경 8㎞ 이내에 4개의 주요 철새도래지가 존재하고, 성산읍 관내 해안에 수많은 철새가 찾아온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과 조류충돌을 방지하는 것은 서로 상충함으로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입지타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5.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문제가 없다며 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제출했고, 환경부는 내용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도 무시하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단체는 조류충돌 문제 등을 과소하게 평가하기 위한 거짓과 부실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6. 조류 충돌가능성 분석은 1) 종별 개체군 2) 취식/휴식/번식지 위치 3) 공간이용 정도 4) 공항부지를 가로지를 정도 5) 이착륙 경로를 가로지를 정도 6) 종별 비행행동(저속, 활공, 고속, 직선, 비 직선) 등을 조사하여 각각 5등급으로 나누고 종합하여 평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7.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이후 조사인 2022년 4~6월 조사는 반려 사유를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조사였습니다. 2021년 반려 당시 조류 이동성 조사(고도 등) 결과의 타당성 미흡이 지적되었습니다. 이에 추가 보완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보완조사 기간은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이며, 횟수도 3회에 불과합니다. 철새의 종수, 개체 수가 가장 집중되는 겨울철 조사를 빼고 이동성 조사를 한다면 당연히 가장 위험한 시기의 조사를 빠뜨린 것입니다. 게다가 GPS를 부착하여 고도 등 이동성을 조사한 것은 4종 10개의 개체에 불과해 계획부지 주변 조류들의 이동성(고도 포함)을 평가하기 부적합한 표본 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겨울 철새의 충돌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게 만들어 조류충돌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하여 평가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8. 어처구니없는 조사 결과는 더 있습니다. 대표적인 겨울 철새 도래지에서 조사하면서 조사에 따른 우점종이 참새, 제비, 직박구리로 나오는 것은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주공항에 비해 종수와 개체 수가 적게 표기한 것도 문제입니다. 제주공항은 반경 13㎞를 넘어서 대정읍과 구좌읍 자료까지 취합해서 개체 수를 부풀렸고, 반면 성산지역의 경우 겨울철 조류 센서스 자료만을 활용하여 주요 철새도래지에 도래하는 철새의 종과 개체 수만을 기재했습니다. 만약 제2공항 계획지역 반경 13㎞ 내 해안변과 습지까지 조사한다면 철새의 종과 개체 수는 훨씬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류 조사가 조류충돌의 위험성을 과소하게 보이도록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9. 이런 조사의 부실도 부실이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 평가에 거짓의 정황, 즉 조작의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수행한 <흑산공항 철새현황 및 영향 분석 연구> 용역과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개체 크기(무게), 무리의 크기(집단이동 정도), 비행 특성 등을 고려하여 심각도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고 조류 종별로 등급을 평가했습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용역(42쪽)에서도 ‘개체의 신체적 크기나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 및 이동하는 종을 피해 가능성이 큰 종으로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등급 판정 기준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평가 결과만 제시했습니다.
10. 그런데 2023년에 다시 제출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개체의 크기와 무리 등 심각성을 평가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국내 15개 공항(장소불명을 포함하여)에서 발생한 조류 종별 총 충돌 건수 중 피해가 발생한 충돌 건수의 비율, 즉 피해율을 적용하여 계산하는 이제껏 활용되지 않았던 평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2023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p. 941). 이렇게 평가의 기준을 바꾼 결과 지난 14년간 국내 공항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종들은 모두 평가대상에서 제외하여 충돌위험성(충돌 가능성과 심각성)이 높은 종들이 평가대상에서 아예 빠져버리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11. 이렇게 종별 충돌 심각도(피해 정도)를 판정하는 기준을 바꿔버림으로써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결과를 왜곡하는 조작이 발생했고, 이는 분명히 거짓된 조사 결과를 수록한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가마우지의 경우 제2공항 활주로 남단에서 2km 이내에 있는 신산해안을 비롯하여 하도~성산 해안에서 대규모로 발견되어 충돌가능성이 매우 높고, 충돌 심각성(피해)도 높아 보완가능성 용역에서는 고위험종으로 분류되었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또한 보완가능성 용역에서 피해가능성(충돌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 중대백로, 쇠백로도 역시 빠졌습니다.
12.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례가 없다고 하여 충돌 심각성이 높은 종들을 평가에서 제외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국회 송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항공기·조류 충돌 현황'에 따르면, 조류충돌 1,400여 건 가운데 어떤 조류인지 확인된 것은 약 170건(12%)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조류충돌이 발생해도 사체를 확인하거나, 사체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깃털, 혈흔 등을 통해 DNA를 검출하여 확인하지 않는 이상 충돌 조류의 정보는 남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례가 없거나 충돌해도 피해가 경미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충돌 가능성이 없거나 충돌해도 심각도가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비과학적인 평가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과학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보편적인 과학적 평가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자의적으로 기준을 바꿔가며 위험성을 과소하게 만드는 것은 명백히 조작이며, 거짓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13. 이렇다 보니 타 공항의 조사에는 심각한 충돌 위험성이 경고된 조류에 대해서 제2공항의 경우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확인됩니다. 흑산공항 용역에서 갈매기류는 충돌 위험성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나 제2공항은 “매우 낮음”으로 분류됩니다. 심지어 제2공항 전력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도 피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으나 막상 환경부에 제출된 본안에서는 “매우 낮음”으로 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작은 갈매기류에 국한된 곳이 아닙니다. 매, 새매, 새호리기, 황조롱이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는 피해 가능성이 “극히 높음”이었지만 본안에서는 “매우 낮음”으로 뒤바뀌어 있습니다. 똑같은 새가 흑산공항에서 충돌하면 피해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제주 제2공항에서 충돌하면 피해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어떻게 과학적이고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14. 이렇듯 조류충돌 피해를 과소하게 만들기 위해 조사를 부실하게 하고, 조작을 통한 거짓 결과가 도출되었음에도, 제2공항이 조류충돌 위험성은 제주공항의 최대 8배에 육박합니다. 만약 제대로 된 조사가 수행되었다면 조류충돌 문제만으로 제2공항은 시설 불가하다는 결정 즉, 입지 부적합 판정이 났을 것이 명백합니다.
15. 조류충돌만이 아닙니다. 부실하고 자의적인 숨골조사, 다수의 클리커 층과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 등 화산 지질에 대한 조사와 평가 부실, 멸종위기종 조사 및 영향평가 미흡, 수자원에 미칠 영향 및 홍수 등의 재해 가능성에 대한 조사와 평가 결여, 항공소음 영향범위에 대한 조사 오류 등 공항의 입지로서 부적합성을 나타내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제대로 평가되고 그에 따른 대안이 도출된 바 없습니다.
16. 이러한 이유로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생태원 등을 비롯한 국책 연구기관들도 입지적으로 타당성이 낮다며 입지를 재검토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제2공항 추진에 앞장섰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하여 반려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였고, 환경부는 환경전문기관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환경영향평가에서 해결하라는 조건을 달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조류충돌이나 숨골,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의 문제 등은 입지 타당성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들이기 때문에 환경피해 저감에 중점을 두는 환경영향평가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17. 특히 조류충돌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만큼 지금이라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은 과학적으로 타당하게 평가되었는지, 조류충돌을 예방하면서 철새도래지 등 조류 서식역을 보존할 방법이 있는지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개 이후 제기된 이슈들을 검증해야 합니다. 더구나 항공기-조류충돌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환경부가 이를 회피하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주도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긴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18. 이에 우리 단체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열어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를 비롯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과 거짓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19. 이 진정서에 대해 통상적인 답변기일인 2주 이내에 충분한 숙고를 거쳐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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