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속도전 우려…지원계획 놓고 치졸한 싸움 벌어져
총체적 성찰통한 평화실현‧반전 운동해야…언론 역할 실망
강정마을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제주도의 양심이 죽지 않았음을 지식인들이 언론과 대중 앞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내 지식인들의 역할부재와 해군기지 현실이 맞물리는 요즘, 서서히 주민들은 불안한 미래를 본능적으로 직감하는 듯 보인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해군기지’는 앞으로 더 큰 싸움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요구도 다르지 않았다. 홍기룡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도내 지식인들의 성찰과 반성”을 숱하게 강조했다.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 벼랑 끝에 선 심정마저 느껴졌다. 그와 인터뷰는 절대보전지역해제 소송에서 강정마을회가 원고자격이 없다고 판결난 15일 오후 진행됐다.
# 절대보전지역해제 소송에서 법원이 강정주민에게 원고자격이 없다고 판결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적으로 판결전부터 원고 부적격 판단이 나오면 어쩌나 가장 우려했다. 대법원에서 진보적 성향으로 판결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승소에 대한 희망도 가졌다. 하지만 애초부터 법원의 운신폭이 좁았다고 본다. 만약에 원고자격을 적격으로 판단했다면 모든 절대보전지역 해제 과정에 대한 법리판단을 진행해야 했다. 법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만약 원고자격이 인정됐다면 판결에 졌더라도 2‧3심에서 이겼을 수도 있다.
# 판결 후 어떤 점이 우려되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속도전이다.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공사에 속도를 낼 것이다. 해군은 올해 쓰지못한 공사비를 빨리 쓰려고 할거다. 느긋하게 공사를 진행하면 언제 또 복병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할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불만들을 우 도정에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우 도정이 진정성을 갖고 대처할까. 우 도정은 해군기지 문제가 끝났다고 무관심할 수 있다. 우려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 해군기지 수용이 문제가 아니라, 수용한 뒤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줄곧 해군기지를 반대했던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수용한 뒤가 더욱 끔찍하다. 당장 보상금을 놓고 벌이는 치졸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내년 초 마을총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로 바뀌는 것부터 문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해군기지 향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찬성 주민사이에서도 누가 더 공을 세웠느냐 놓고 싸울 것이고, 반대측도 보상을 받느냐 못받느냐에 대해 싸울 것이다. 강정 주민들의 충격을 넘어서 영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마을의 공동체가 파괴될 것이다.
# 앞으로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해 도정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그림을 크게 그렸으면 한다. 강정에 어떤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 것이냐가 아니라 도 전체적으로 해군기지를 바라봐야 한다. 해군기지가 앞으로 제주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성찰과정을 거쳐서 미래비전을 재구상해야 한다.
하지만 우근민 도정은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 해군기지 추진에 있어서 우 도정은 ‘말로만’ 해군기지를 해결했다. 현 상황을 우 도정이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서서히 우 도정에게서 도민 민심이 떠나가고 있다. 말은 잘하지만 막상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앞으로 과제는
해군기지를 강정만의 문제로 보고 마을 안에서 해결하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강정 주민들은 더 분열될 것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도 전체 발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평화에 대한 중요한 이슈를 남겼다. 강정주민들은 그동안 도 전체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
그동안 해군기지를 둘러싼 전반적 상황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해야한다. 성찰과정이 앞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갈등구조를 순기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정이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계속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 해답을 어떻게 내놓아야 할까
행정과 시민사회, 정치권이 모여서 풀어야 한다. 그동안 답을 모두 따로 내놓았다. 행정과 정치, 학계 등이 집단지성회의를 통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해군기지에 대한 냉소주의를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나타난 과제와 대안을 모두 풀어놓고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성찰해야 한다.
도정은 스스로 자아비판적 시각을 갖지 않는다. 현재 도정은 내부에서 스스로 성찰할 수준이 아니다. 행정의 리더그룹부터 자아비판이 필요하다. 행정을 시작으로 시민사회, 정치권 등 각 분야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행정이 선도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말로 때우면 안된다. 총체적인 성찰이 있어야 주민들이 위안을 받는다. 주민들을 피해자로 남게하지 않으려면 행정, 지식인, 정치권 등 모두 잘못했다고 밝혀야한다. 해군기지 문제의 가해자는 우리다.
# 앞으로 범대위 활동방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평화실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굳게 맘먹었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에서 만약 들어오면 철수투쟁을 해야한다. 전략적 핵잠수함이 들어오지 말란 법 없다. 하지만 이를 누가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세울까. 내부적으로 반전운동 경험이 없다. 군축 흐름을 전문적으로 파악하려면 공부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인적자원 구성도 해야한다. 내적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국제연대를 통한 반전운동이 필요하다. 오키나와, 필리핀, 동남아 등과 연대해 반전운동을 해야한다. 싸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큰 싸움에 대항하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범대위가 강정 주민 앞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도 해야할 것이다.
# 해군기지가 경제 패러다임에 치중돼 본질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기지의 본질을 제대로 규명할 대안이 없을까
해군기지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평화, 인권, 환경, 공동체 파괴 등으로. 하지만 힘들다. 언론의 역할에 실망했다. 언론이 경제패러다임을 양산했다. 언론은 제주의 발전을 위한 진정성있고, 현실성있는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소모적인 싸움이 계속된다. 언론이 스스로 새로운 개념과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제시하는 개념 중에도 괜찮은 것이 많은데 언론이 개념들을 패러다임으로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다. 시민사회와 연결고리도 단절됐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증폭시키지 못했다. 현재 경제위주 패러다임에서 평화, 인권 등의 패러다임으로 변할까 의문이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이글은 2010.12.19 제주도민일보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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