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길 위에서 다시금 생명과 평화를 외칩니다!
“평화야! 고치글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금 제주에서 생명과 평화의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여전히 제주도에는 생명과 평화의 외침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구럼비’의 생명이 사라진 강정에는 평화를 위협하는 국내외 군함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며 강정 크루즈항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며 생활환경 부하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핵폭격기 배치를 운운하며 제주의 평화를 뒤흔든 제주 제2공항은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막대한 환경파괴와 그에 따라 수많은 생명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해야 한다는 관광자본의 논리에 도민결정권에 대한 범도민적 요구는 윤석열 정부와 오영훈 도정에 의해 뭉게지고 있습니다.
강정과 성산은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주도의 군사기지화 전력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드려야 한다는 양적관광정책이 맞닿아 있습니다. 강정은 잘못된 국책사업이 지역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황폐화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공동체까지 파괴했습니다. 친구는 원수가 되고, 가족은 남이 되었습니다. 강정이 겪은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 극한 갈등과 파괴를 지금 윤석열 정부가 성산에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그리고 오영훈 도정이 용인하려 합니다.
제주에 필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제주입니다.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더 많은 개발과 관광객 유치입니까? 아니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까? 더 많은 개발과 관광객 유치라는 구태적 정책이 제주도에 남긴 것은 생활쓰레기와 생활하수 처리난과 그에 따른 막대한 환경오염입니다. 도로는 끝없이 늘어난 자동차로 체증과 사고가 지속해서 늘어만 갑니다.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집이 남아도는데도 도민들은 주거난에 시달립니다. 부족해지는 지하수와 상수도 공급난, 강력범죄의 증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이라는 타이틀은 제주도의 부끄러운 실태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정의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을 폭파하고 지어진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강정은 행복합니까? 모두가 경제적 혜택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크루즈선이 남긴 여러 부하로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까? 동북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평안과 안녕이 사라지는 강정은 불안한 마을입니다. 극한 갈등으로 깨어진 공동체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강정은 행복하지도 풍요롭지도 않습니다.
성산은 어떻습니까? 아름다운 제주의 동쪽 지역을 대표하는 성산읍에 제2공항이 지어지고 막대한 개발이 진행되면 정말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워지는 것입니까? 그곳에 막대한 농지가 사라지면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임차농민들의 삶은 누가 지켜줍니까? 멸종위기종 다수가 서식하는 철새도래지에 사는 수많은 철새와 텃새들은 쫓겨나 어디로 가야 합니까? 수많은 숨골이 막혀 갈 곳은 잃은 빗물이 만들어 낼 재해로 고통을 받을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야로 계속되는 항공기 소음에 교육권을 침해받고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뛰놀아야 할 온평의, 신산의, 수산의, 난산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이 모든 물음에 윤석열 정부나 오영훈 도정은 답할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지난 십수 년간 막대한 관광객 증가와 그에 따른 부하가 제주 공동체에 남긴 쓰라린 상처와 고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제주에 필요한 것은 막대한 관광객 유치나 평화를 뒤흔드는 군사기지가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고, 생명과 평화를 노래할 수 있는 제주다움이라는 가치를 복원하고 지켜내는 것입니다.
도민의 뜻을 무시하는 국책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주권자의 뜻을 무시하고 권력자와 기득권 세력의 의중에 따라 진행된 국책사업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특정세력이 수혜를 보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피해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렇게 진행된 수많은 국책사업에 의한 부작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민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개발이 남기는 후유증은 명확합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뜻을 무시하고 막대한 국가폭력으로 지어진 제주해군기지는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흔드는 촉매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강대국 간의 군사적 긴장 관계 속 강정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막대한 관광객을 유치하면 삶의 나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강정에 쓰레기와 오·폐수만을 남겼습니다. 구럼비의 생명을, 강정공동체의 평화를, 숱한 생명들의 터전을 지켜달라는 주민들의 도민들의 국민들의 염원을 무시한 대가는 혹독합니다.
극한 갈등과 혼란 속에 기본계획 고시를 앞둔 제주 제2공항 역시 앞선 잘못된 국책사업이 걸어온 절망의 길 위에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갈등과 파괴의 길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도민사회는 극한 갈등으로 치닫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는 다시금 짓밟힐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의 정신은 다시금 도전받게 될 것입니다. 자연과 생태계와의 공존 대신 기후위기가 제주도를 지배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민에게 묻는 일입니다. 혼란과 갈등, 막대한 파괴와 황폐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멈추고 생명과 평화와 공존의 길로 갈 것인지 도민에게 물어야만 합니다.
8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생명과 평화를 길 위에 써나가겠습니다.
우리는 8월 22일 강정마을에서 출발해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임박한 성산을 거쳐 제주시로 걸어갑니다. 우리의 걸음이 닿는 곳곳에서 제주다움을 지켜달라고, 생명과 평화를 위해 제주 제2공항을 막아달라고 외치고 호소할 것입니다. 도민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아내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제주도를 군사기지화 하려는 제주해군기지를 철수시키기 위해 이 길을 걷겠습니다.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강대국과 군사세력으로부터 제주도를 지키기 위해 곳곳에서 도민들과 함께 외치겠습니다.
절망으로 치닫는 제주가 아닌 희망이 넘치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걷겠습니다. 평화와 생명이 가득한 제주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걷겠습니다. 제주의 평화는 군사기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전쟁을 준비하는 섬에 평화란 없습니다. 제주의 생명은 파괴로 지어진 회색콘크리트 위에 피어나지 않습니다. 생명은 공존의 땅에서 푸른 싹을 틔워냅니다.
도민 여러분, 전국의 시민 여러분! 함께 걸으며 생명과 평화를 외칩시다.
평화와 생명의 사흘을 함께 만들어 냅시다. 그 길 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4. 8. 13.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강정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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