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
강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부당한 국가 폭력에 맞서온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작년 2월,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 강정마을에는 수시로 외국 군함들이 드나듭니다. 구럼비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거대한 해군기지가 들어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기는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마음에 새기며 올해 또다시 평화의 행진을 떠납니다.
평화를 지켜온 10년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누군가는 끌려가고 누군가는 감옥에 갇힌 사이 또 누군가는 팔이 부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다른 누군가는 방파제에서 떨어져 생과 사를 오갔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평화의 길만을 바라보며 나아갔습니다. 맨 몸뚱이 하나로 거대한 폭력에 맞서 버티며 평화를 지켜왔습니다.
부당한 구상권 청구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정부에 맞선 결과 돌아온 것은 3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구상권뿐이었습니다. 구럼비 뭇생명들을 죽이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강정바당 연산호를 사라지게 한 해군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파괴된 것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구상권 청구 철회는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입니다.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가 동북아 군비경쟁과 군사적 갈등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군사훈련들로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미 해군의 최신 이지스함 줌왈트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제주도가 미국의 대중국 복합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우리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제주의 평화는 군사기지와 무기경쟁으로 지켜질 수 없습니다. 평화의 발걸음, 우리의 연대만이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킬 수 있습니다.
다시 평화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비록 기지는 지어졌지만 우리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놓을 수 없습니다. 주민 동의 없이 강행되는 국책사업의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나서는 안됩니다. 미련스러워 보일지라도 경찰에 끌려나가고 짓밟히고 벌금 폭탄을 맞아가며 지켜온 평화, 그 평화를 끝까지 지켜 나가겠습니다. 우리가 10년 간 놓지 않았던 그 평화의 길을 올해에도 다시 걸어가려 합니다. 강정을 넘어 제주의 평화를 위해 올 여름, 다시 한 번 뜨거운 연대의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함께 걷고 노래하고 춤추며 제주의 평화를 지켜낼 것입니다.
평화만이 유일한 길이고, 그 길을 걷는 우리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야 고치글라. 그 뜨거운 연대의 길에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2017년 7월 12일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서울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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