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군축행동의 날,
언제까지 글로벌 호구 대한민국이어야 하나
복지비 지출 OECD 꼴찌, 자살률 OECD 1위 국가에서
군사비 지출 올해도 세계 10위, 무기 수입 2014년 세계 1위
또다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오늘(4/5)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5년 세계 군사비 현황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이 나라는 복지비 지출에서 OECD 조사 대상국 28개국 중 꼴찌, 자살률은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매년 정부 재정의 약 15%가량을 군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2.5배나 된다. 과잉 투자 논란에 성능 결함이 산적한 F-35 40대를 도입하는 데는 7조 원을 아낌없이 쓰면서, 누리과정 예산 4조 원에는 전전긍긍하는 정부. 이것이 바로 ‘헬조선’의 현주소다.
한국의 무기 수입액은 세계 10위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2014년에는 무려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에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CRS) 연례 무기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78억 달러의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중 70억 달러는 미국 무기 수입이었다. 그래서 무기 판매 세계 1위 기업인 록히드 마틴에게 한국은 최고의 고객이다. 아시아의 이 작은 국가는 성능도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덥석 구매하기 때문이다. 차기 전투기 핵심기술 이전이 거부되고도 말이다. 그리고 곧 한국에 배치될지 모르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덕분에 록히드 마틴은 또다시 웃는다.
이 많은 군사비가 제대로 사용되고는 있는가? 방위력 개선비로 연 11조 원가량씩 지출하는 국가에서 2014년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수사한 비리사업 규모만 약 1조 원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뇌물수수, 허위공문서작성, 납품비리 등 각종 유형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14년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방산부문 매출액은 4조 6,440억 원에서 9조 3,429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게 건강한 수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군사비가 많다고 해서 63만 군인들의 생활은 안녕한가? 국방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대부분 장교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병력의 70%를 차지하는 사병 인건비는 전체 인건비 중 약 9%인 반면, 병력의 11% 수준인 장교 인건비가 전체 인건비 중 약 42%를 차지한다. 징집된 사병들은 2016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따지면 1/7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 이것이 여전히 당연하고 온당한 처우인가?
이쯤에서 항상 나오는 ‘북한의 위협이 심각한데 군사비를 줄이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는 사실은 이미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남한은 북한의 총 GDP 규모에 달하는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것은 주한미군의 군사비는 제외한 수치다. 북한이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도저히 군사비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뢰이지, 더 많은 군사비가 아닌 것이다.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남한에서도 다수의 정치인들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또 다른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국이 벌이는 군비 경쟁과 군사력 과시를 멈추지 않고는 대화를 시작할 수 없으며 평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과 발사된 모든 로켓은,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된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올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각국의 사람들에게 원조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주의 자금으로 ‘201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작년 한 해 전 세계가 군사비로만 무려 ‘1.8조 달러’를 써버린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군사비의 1%만이라도 빈곤퇴치와 인도주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더 많은 군사비는 평화와 안전이 아니라 주변국의 더 많은 군사비, 그리고 무기회사의 수익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제는 답안지를 바꾸고 우선순위를 다시 매길 시간이다. 변화의 가능성은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우리의 삶에’ 사용하라고 외치는 시민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국회에 있다. 20대 국회는 세금을 군사비에 쏟아 붓는 대신, 요람에서 무덤까지 위태롭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을 회복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2016년 4월 5일, 제6회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아, 작금의 ‘헬조선’을 탈출할 열쇠는 바로 이 발상의 전환에 있다고 제안한다.
2016 세계군축행동의 날 준비위원회
남북평화재단, 시민평화포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제주평화인권센터, 참여연대,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평화도서관 나무, 평화바닥,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자료실 > 성명/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해군기지 내 어린이 무기체험 즉각 중단하라! (1) | 2016.11.10 |
---|---|
강정생명평화대행진 공동기자회견문 (0) | 2016.07.20 |
[성명] 해군은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하라 (0) | 2016.04.05 |
경찰의 불법 감금행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0) | 2015.12.11 |
[인권단체 성명] 시민의 목을 조른 여야 합의 철회하라 (1) | 2015.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