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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꾸리지바와 제주, 무엇을 배울 것인가?

브라질 남쪽 대서양 연안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꿈의 생태도시’ 꾸리지바가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라는 찬사를 보냈고 로마클럽은 세계 12개 모범도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유엔 인간정주회의는 도시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뽑았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우수 환경과 재상 상’을 수여했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꾸리지바를 선망하며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의 도시가 아닌 개발도상국의 변두리 도시에 불과한 꾸리지바가 어떻게 전 세계적인 명성과 찬사를 얻을 수가 있었을까?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꾸리지바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급속한 도시화ㆍ산업화에 따른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던 제3세계의 평범한 도시였다.

그러나 1971년 도시의 파괴적 개발에 치열하게 저항했던 소위 운동권 출신의 건축가 자이메 레르네르가 시장에 취임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20여년의 재직기간 동안 사람 중심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갖고 시정을 이끌면서 다양하고 창조적인 실험을 통해 난개발로 얼룩진 꾸리지바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꿈의 생태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레르네르 시장은 모든 개발의 중심에 사람을 놓았다. 개발지상주의를 철저하게 배격하고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시민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시민 중심의 시정을 펼쳤다.

실례로 꾸리지바에서는 모든 정책이 시민을 위하거나 시민이 원하는 관점에서 결정되고 추진된다. 언제나 시민의 의견이 1순위이고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시민과의 밤샘 토론도 마다하지 않는다. 레르네르 시장은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시책을 펼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통시스템이다. 지하철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요구되자 비용이 적게 드는 원통형 정류장과 굴절버스를 개발한 것이다. 그밖에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요금제도, 자동차로부터 해방된 보행자 천국, 순환형 폐기물 관리정책, 환경친화적인 공업단지 조성 등이 꾸리지바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예로 들 수 있다

지금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라는 그릇된 환상을 품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 제주의 모습은 어쩌면 1960년대의 꾸리지바와 닮은꼴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꾸리지바의 사례에서 더욱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제주와 꾸리지바는 여러모로 다르다. 꾸리지바의 경험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제주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발이 능사라는 사고를 떨쳐버리고 사람을 무엇보다 중시하면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아이디어로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면은 지금 제주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제주에는 꾸리지바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제주가 꾸리지바로부터 제대로 배우고 실천에 옮긴다면 제주는 꾸리지바보다 훨씬 더 멋진 ‘꿈의 생태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신용인 변호사

2009년 11월 09일 (월) 이글은 본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