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편지/이야기 산책

'짝퉁서울'제주, 서울과 반대로 가면 산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KCTV 제주방송에서 송재호 교수가 ‘녹색성장과 제주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강연에서 송교수는 제주가 나아갈 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말했다.

 

“제주는 쉽게 말하면 서울하고 반대로 가면 됩니다. 제주에 관광 오는 사람들은 다 서울과 같은 도시 사람이지요. 제주가 서울과 똑같으면 오지 않아요. 그러나 제주를 서울과 반대로 만들어 놓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와요.” 콘크리트 속에 갇힌 채 각박한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흙내음과 함께 쉼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갈망한다.

‘놀멍 쉬멍 걸으멍’ 간세다리 하는 제주 올레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가 서울하고 반대로 간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그런 갈망을 채워주는 곳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번 상상해 보라. 제주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와서 쉼을 얻고 치유 받기를 꿈꾸는 그런 곳이 되는 것을. 생각만 해도 너무나 황홀하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 제주는 서울과 반대로 가기는커녕 오히려 서울을 닮아가려고만 하고 있다. 그래서 짝퉁서울이 되고자 한다. 제주의 비전이 국제자유도시라는 사실 자체가 이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원래 짝퉁은 별 볼일 없다. 항상 진품의 그늘에 가려 지내다가 결국에는 폐기처분될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많은 이들이 제주를 짝퉁서울로 만들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일단 무엇이든 개발해서 돈을 벌어 보자는 속셈이 제주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개발한다면 지금 당장은 돈을 좀 벌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천혜의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무분별하게 훼손함으로써 제주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제주의 미래를 망치는 어리석은 짓임이 분명하다. 제주는 우리세대만 어찌어찌 살다 가버리면 끝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우리의 후손이 대대로 영원히 살아가야 할 곳이다. 우리에게는 제주를 우리 마음대로 개발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근시안적인 사고와 행태를 버려야 한다. 당장의 돈 욕심을 접어두고 멀리 그리고 크게 내다보아야 한다. 제주만이 할 수 있는 진짜 ‘제주다움’을 찾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필자는 제주가 서울하고 반대로 가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제주는 도시의 삶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참된 쉼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그 것이야말로 제주가 우리 민족, 동북아시아인, 나아가 온 인류를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또한 돈이 제주를 따라와 제주도민이 참으로 잘 살게 되는 길이며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더없이 귀한 제주를 잘 물려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라는 몸에 맞지도 않고 유행에도 뒤진 옷을 훌러덩 벗어 버리고 자신의 몸에 맞는 아름다운 새 옷으로 단정하게 차려 입을 때가 올 것이다. 그 때의 새 옷은 분명 현대인들에게 쉼과 치유의 공간을 상징하는 옷일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온다면 좋겠다. /신용인 변호사

 

2009년 11월 01일 (일)

이 글은 본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