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반대 국제행동주간 평화선언

Posted by 산포
2012.09.03 16:22 센터소식/활동소식

제주 해군기지 반대 국제행동주간 평화선언


동아시아의 바다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만들자!


제주도를 전쟁의 섬이 아닌 세계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 


우리는 오늘 서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 강정마을에 주민의사에 반하는 거대한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평화와 번영의 이름으로 전쟁과 파괴가 반복되는지 진지하게 되묻고자 한다.    

지난 20세기는 전쟁과 군사화의 세기였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냉전의 시대가 뒤를 이었다. 냉전시대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 갈등의 유산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전 세계 곳곳을 분쟁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제주도와 한반도가 포함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격렬한 전장의 하나였다. 제주도는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 과정에서 섬 전체가 일제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동원되었고, 한반도와 전 세계에 냉전체제가 형성되는 격변기에 제주도 내에서 최소한 주민 3만명 이상이 학살되는 4.3사건(1948)의 비극을 겪었다. 

냉전이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될 때, 인류는 새로운 세기가 평화와 협력의 세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시민들은 이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과장된 공포에서 벗어나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폭력에 눈을 돌려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원했다. 또한 전 세계의 정부들이 총을 내리고 지구 문명 전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기를 기대했다. 그리하여 지구촌에서 주민들의 행복과 안전,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에 우선순위를 두는 새로운 민주적 체제들이 조화롭게 발전하기를 꿈꿨다. 분단 한반도에 속한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구상이 제안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새로운 세기는 또 다른 전쟁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정의는 회복되지 않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였다. 지난 10년 동안 전쟁과 파괴, 고삐 풀린 탐욕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 결과 세계경제가 큰 위기를 맞았다. 그것은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군사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재앙이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99%의 민중들이 고통스럽게 지불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동아시아에서 낡은 군사주의가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더욱 주목받게 된 이 지역의 경제적 활력과 잠재력에 비례하여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치가 더욱 가속화되어 온 것이다. 최근 수년간 동아시아에서는 20세기 전쟁의 유산인 영토 및 영유권 분쟁과 군사주의가 극적으로 대두되어 왔다. 59년째 비정상적인 정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분단 한반도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 냉전의 유산인 군사동맹과 군사훈련도 해양안보의 이름으로 한층 공격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반면,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을 핑계로 동아시아의 군사화가 촉진되는 동안, 정작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이 지역 국가들에서 극단적으로 심화되어온 경제적 양극화, 사회안전망과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가속화되는 환경파괴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 지역적 협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왜 대다수 인류가 원하지 않는 낡은 갈등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인가? 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실패한 방법이 반성 없이 적용되는 것일까? 왜 여전히 경제적 성장과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주민들을 쫓아내고, 주민 삶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며, 도리어 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빼앗거나 뺏기지 않고, 점령하거나 축출당하지 않고, 공동의 터전인 지구환경과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모두가 평화롭게 협력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태평양(the Pacific)은 평화로운 바다(peaceful ocean)라는 뜻이다. 아시아를 찾아 항해한 어느 유럽인에 의해 그렇게 명명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거대한 바다가 평화로운 바다라는 새 이름을 얻은 이래 태평양에 깃들어 사는 주민들의 삶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동아시아의 바다, 서태평양은 이 지역 모든 주민 공동의 터전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교역과 교류의 공간이다. 어떤 이유로도 쟁탈과 패권다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동아시아의 바다에 회귀해야 할 것은 낡은 군사주의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협력이다. 태평양은 전쟁과 파괴의 바다가 아니라 진정한 평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 

지금 여기 서태평양의 작은 섬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위기에 처한--꿈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동아시아 패권경쟁의 전초기지가 될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여 지난 6년간 평화적인 저항을 지속해온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이 그들이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인접한 강정마을은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마을의 하나이다. 현무암 토양의 제주도에서 흔치 않은 두 개의 큰 개천을 통해 사철 맑은 물이 강정마을 앞바다로 흘러든다. 이로 인해 강정마을은 청동기시대 이래 제주도 주거 및 농경문화의 중심이었다. 강정마을과 그 앞바다는 연산호, 맹꽁이, 남방돌고래 등 수십 종에 이르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터전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민들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공동체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그들의 동의 없이 강행되는 전쟁기지 건설에 맞서왔다.   

전쟁과 갈등에 연루되지 않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것은 모든 공동체의 염원이자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천부의 인권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평화롭게 생존할 권리(right to peace), 그들의 삶의 터전인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공존할 권리(right to environment)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그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역시 반드시 수호되어야 한다.  

제주도민들에겐 지난 세기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에 반대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또한 제주도민들은 스스로를 위해 동아시아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만 할 절박한 이해관계와 소명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시민들은 그들의 절박한 염원과 소명에 참여하고 연대함으로써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계, 협력과 공존의 새 시대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이에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주변에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차단벽이 설치된 지 1주년인 9월 2일부터 9월 9일까지 1주일간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국제공동행동 주간으로 정하고 세계 시민들의 평화의지를 모아 이렇게 선언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주민들의 평화권, 환경권,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강정주민들의 발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강정마을은 생명평화의 마을로,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켜져야 한다.
해양의 군사화에 반대한다. 동아시아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


2012. 9. 2. 

<제안자>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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