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평화의 섬, 자연유산의 섬 제주를 군사기지에 내어줄 수는 없다

Posted by 산포
2010.12.18 15:57 자료실/성명/논평

평화의 섬, 자연유산의 섬 제주를 군사기지에 내어줄 수는 없다

 

  아름다운 제주땅에 마침내 군사기지 건설이 임박했다.

그것도 제주를 대표하는 경관이자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대규모의 해군기지가 들어서려 하고 있는 것이다.

 

1.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난 2002년 이후, 줄곧 그것이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에 큰 위험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이의 저지를 위해 주민과 함께 투쟁해 왔다.

그러나 왜곡된 군사안보 논리와 거대한 공권력을 앞세운 군사기지의 시도 앞에서는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목소리도, 주민들의 눈물겨운 투쟁도, 사법정의에 기댄 절박한 호소도,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군사기지 건설의 논리와 시도는 국가권위를 기반으로 하여, 설령 스스로가 정한 법을 국가 스스로 어긴다해도 문제됨이 없이 무소불휘의 행보로, 오직 목표를 채우기 위한 일방주의로 거침이 없었다.

  역사를 통해 나라가 위태로울때 결국 나라를 구해낸 것은 스스로 떨쳐 일어난 많은 민초들의 헌신과 희생이었음을, 오늘 날 국민들의 고통위에 올라서는 안보가 과연 얼마나 진정으로 국가의 안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를, 우리는 그 때마다 의문을 제기하며 진심으로 이를 재고해보길 촉구하고 또 촉구해왔다. 정말 제주가 국익에 기여하는 방법이 군사기지 밖에 없는지, 오히려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가 여전히 냉전중인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평화의 기지로 나아가는 것이 제주의 미래와 국가의 장래에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숙고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우리는 국가란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것, 군사안보의 논리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평화’를 볼모로 위세를 떨치는 전가의 보도임을 재차 확인할 따름이다.

  2.

제주는 지난 1937년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용 군사비행장 설치 이후, 매 15년 간격으로 끊임없는 군사기지의 도전에 직면해왔다. 이는 제주가 그만큼 어떤 침략세력이나 군사주의 세력도 탐낼 수 밖에 없는 군사적 요충지임을 일러주는 역사의 교훈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 1988년 송악산 군사기지 반대투쟁 이후 작금의 해군기지 건설 저지투쟁에 이르기까지, 바로 그러한 역사적 사실들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제주의 미래를 지켜내고자 했다. 그리고 군사기지 없는 섬, 평화의 섬, 생명의 섬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제주인으로서 안고 가야할 숙명적 과제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군사기지가 마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번영의 아이콘인듯, 위정자들과 토건세력은 물론이요, 심지어 지식인, 학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해군기지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냥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매번 참담함을 참아야 했다. 급기야는‘세계 평화의 섬’을 주창하고, 연구했다는 학자와 정책가들조차 10년의 세월을 넘는 연구와 논의가 무색하게도 해군기지 건설이 제기되자 입을 다물어 버리는 웃지못할 상황마저 우리는 목도해야 했다.

  김태환 전임 도지사는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제주의 미래에 얼마나 충격적인 조치가 될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지만, 제주의 주민보다는 국가와 군의 논리에 충실하는 슬픈 드라마의 부실한 주연을 자처했다. 그것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물러난 전임도지사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지금의 우근민 도정은 뭔가 달라진 모습으로 진정성을 보일거라 기대도 있었지만, 무슨 자랑처럼“해군기지를 한 번도 반대해본 적이 없다”며 그저 모양새 갖추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민의의 대변자라는 의회는 또 어떠했나? 군사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스스로 만든 특별위원회가 거꾸로 군의 논리에 앞장서는 어이없는 모습만 보여줬다. 그러더니 마침내 본색이라도 드러낸듯 주민과 멀리 떨어진 국회에나 있을법한 ‘날치기’라는 파행을 바로 주민들 눈앞에서 자행하고 말았다. 여기에 정의와 양심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법원마저도 이들의 날치기를 사실상 눈감아주고, 마을 주민들에 대해 법적 주체로서의 자격 운운하며 강정의 운명을 팽개치는 무책임과 비양심의 전형만 보여줬다.

  3.

이제 제주 평화의 운명은 제주 도민 스스로의 손에 맡겨졌다.

우리는 국민 위에 군림하여 국가의 안보 운운하는 분열적 국가논리와 안보논리의 문제를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통해 똑똑히 보았다. 동시에 여전히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는 힘의 논리가 과연 진짜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간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강정마을 이 곳에서 군사기지를 저지하기 위한 비상한 행동을 시작한다. 우리의 투쟁은 비단 당면한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는 저항의 의사표현을 넘어, 앞서 투쟁과정에서 자라온 진정한 평화의 염원을 다시 모으고, 제주의 주민 스스로가 왜곡된 경제논리와 기회주의적인 정치논리에 뺏겨버린 제주 평화의 논리를 다시 찾아오고, 스스로 키워나가기 위한 결의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제주의 평화와 번영을 경제발전이라는 가면을 씌워놓은 군사기지와 맞바꿔버린 제주의 위정자들, 학자․지식인들, 냉전적 안보논리를 후세까지 이으려는 군사주의의 무리들을. 그리고 구체적으로 새기고 남길 것이다. 설령, 이 곳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바다가 군사기지를 위해 수만평씩 메워진다 하더라도 그 기억과 교훈은 결코 메워버리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강정천은 흐르고 바다는 깊고 푸르며, 우리는 이 곳에 서 있다. 우리는 제주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을 군사기지의 위협앞에 선 강정, 이 곳에서 사즉생(死卽生 )의 결연함으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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