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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낙태에 대한 단상

생명존엄성을 앞세워 낙태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프로라이프.

 낙태시술 안하면 -> 생명 존중

낙태시술 하면    -> 생명 경시

 

그들의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뿐아니라 낙태 문제를 생명존엄성의 문제로만 가져가려는 단순한 사고가 답답할 뿐이다.

 

근대적 인권의 핵심은 '신체의 자기 결정권'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은 자기 신체에 대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여성이 임신, 낙태, 출산, 자녀양육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형법으로 통제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낙태의 문제는 생명존엄성이외에

사회적, 경제적 구조 속에서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풀어내야 될 부분이 많으므로

간단하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OECD 30개국 중에 23개국은 낙태시술을 허용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책의 흐름을 거꾸로 가져가는 듯하다.

 

얼마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음성적인 낙태 시술로 30만원-40만원하던 의료비용이 200만-300만원까지 높아지고 있고,

안전하지 않은 치료 과정으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고 한다. 

 

더더구나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지 않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출산으로 인해 자기 일에 경력 단절(이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이지만)이 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낙태 금지법' 은 여성에게 참 불평등한 제도다.

 

낙태금지로 인해 태어난 생명들을 국가가 모두 책임져 줄 것인가?

 

아이를 양육하는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과 돌봄을 국가가 다 책임져 준다면야,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비혼인 나 또한 아이를 많이 나을 생각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사회라면야.....

 

출산율 세계 최하위를 달하는 한국으로서 프로라이프의 선언이 반가웠을 것이다.

 

프로라이프의 선언에 동요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타서 정부가 낙태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출산율 저하를 막아보겠다는 단순한 궁여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권활동가 소다미